단 10시간의 ‘인지 속도 훈련’, 20년 후 치매 위험 25% 낮춘다

미국에서 발표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특정 방식의 두뇌 훈련이 수십 년 동안 치매 위험을 현저히 낮추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 중인 한국 사회에서도 이러한 예방적 인지 훈련 모델은 치매 관리 비용을 절감하고 노년기 삶의 질을 높이는 중요한 참고 사례가 될 수 있습니다.
20년 넘게 지속되는 뇌 훈련의 놀라운 효과
1990년대에 시작된 인지 운동 실험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뇌의 정보 처리 속도를 높이는 특정 훈련이 알츠하이머병을 포함한 치매 발병 위험을 최소 20년 동안 줄여줄 수 있다는 결론이 도출되었습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의 자금 지원을 받은 이번 ACTIVE(Advanced Cognitive Training for Independent and Vital Elderly) 연구는 2,802명의 노인을 대상으로 수십 년간 추적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조사 결과, 약 1시간 분량의 인지 속도 훈련을 8회에서 10회 정도 수행하고 최소 1회의 보충 세션에 참여한 그룹은 훈련을 받지 않은 그룹에 비해 향후 20년 내 치매 진단을 받을 확률이 약 25% 낮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존스 홉킨스 의과대학의 신경과 교수 마릴린 알버트(Marilyn Albert)는 이번 연구가 치매 위험을 줄이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실질적인 행동을 제시하는 ‘골드 표준’ 연구라고 강조했습니다.
암묵적 학습이 만드는 ‘자전거 타는 뇌’
ACTIVE 연구는 기억력, 추론력, 처리 속도라는 세 가지 형태의 두뇌 훈련을 비교했습니다. 하지만 20년 뒤 치매 발생률을 낮추는 유의미한 결과는 오직 ‘처리 속도 훈련’ 그룹에서만 관찰되었습니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이 훈련이 ‘암묵적 학습(implicit learning)’을 유도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합니다.
암묵적 학습은 수영이나 신발 끈 묶기처럼 무의식적으로 기술을 습득하는 방식으로, 뇌에 매우 오래 지속되는 각인 효과를 남깁니다. 신경과학자 헨리 만케(Henry Mahncke)는 이를 자전거 타기에 비유하며, 약 10시간의 훈련으로 자전거를 배우면 20년 동안 타지 않더라도 뇌는 그 감각을 여전히 유지하는 것과 같은 원리라고 설명했습니다.
시각적 주의력과 처리 속도를 높이는 구체적 방법
연구에 사용된 속도 훈련 방식은 컴퓨터 화면을 통해 진행됩니다. 화면 중앙에 차량 모양이 아주 짧게 나타났다 사라지는 동시에 화면 주변부의 특정 위치에 도로 표지판이 등장합니다. 사용자는 중앙의 차량 종류를 식별함과 동시에 주변부 표지판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내야 합니다.
훈련이 진행될수록 차량의 형태가 비슷해져 구분이 어려워지고, 화면 주변부에는 시각적 방해 요소가 늘어납니다. ‘BrainHQ’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1,300회 이상의 훈련을 수행한 74세의 조지 코바치(George Kovach) 씨는 이를 "뇌를 위한 윗몸 일으키기"라고 표현하며, 이러한 인지 훈련을 고강도 유산소 운동 및 심장 건강 식단과 병행하여 뇌 건강을 관리하고 있습니다.

적정 훈련량과 미래 연구 전망
단 10시간의 짧은 훈련이 수십 년 후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학계에서 매우 놀라운 성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현재는 훈련량을 45회까지 늘렸을 때 더 큰 예방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65세 이상 7,500명을 대상으로 하는 PACT(Preventing Alzheimer’s with Cognitive Training) 연구가 추가로 진행 중입니다.
사우스 플로리다 대학교의 제니퍼 오브라이언(Jennifer O’Brien) 부교수는 훈련량이 많을수록 혜택이 클 가능성이 높지만, 반드시 정신적인 마라토너가 될 필요는 없다고 조언합니다. ACTIVE 연구가 보여준 10시간의 기본 훈련과 몇 차례의 보충 세션만으로도 충분히 의미 있는 차이를 만들 수 있으며, PACT 연구의 최종 결과는 2028년경 발표될 예정입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단기간의 집중적인 인지 훈련만으로도 노년기 치매 위험을 장기적으로 관리할 수 있음을 보여주며, 예방 의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