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능 코 스프레이 백신 개발: 코로나, 독감, 폐렴부터 알레르기까지 한 번에 예방

미국 스탠퍼드 의과대학 연구진이 코로나19, 독감, 세균성 폐렴 및 알레르기를 동시에 방어할 수 있는 새로운 ‘범용’ 코 스프레이 백신을 개발했습니다. 매년 여러 번의 접종이 필요한 한국의 호흡기 질환 관리 체계에 이 같은 범용 백신 기술이 도입될 경우 의료 부담을 획기적으로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됩니다.
기존 백신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
1700년대 에드워드 제너가 천연두 예방을 위해 ‘백신(vaccination)’이라는 용어를 도입한 이래, 현대 백신은 특정 항원을 인식해 면역 체계를 훈련시키는 방식을 고수해 왔습니다. 하지만 코로나19나 독감 바이러스처럼 변이가 잦은 병원체는 표면 항원을 빠르게 바꾸기 때문에 기존 백신의 효과가 금방 떨어지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스탠퍼드 의대의 발리 풀렌드란(Bali Pulendran) 교수팀은 특정 바이러스군을 표적으로 삼는 대신, 폐의 자체적인 면역 방어력을 극대화하여 수개월 동안 경계 태세를 유지하게 만드는 혁신적인 접근법을 택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아이디어가 처음에는 실현 불가능할 정도로 파격적인 시도였다고 회고했습니다.
선천 면역과 후천 면역을 잇는 통합 면역 전략
이번에 개발된 백신은 병원체의 일부를 복제하는 대신, 감염 시 면역 세포들이 주고받는 통신 신호를 모방합니다. 이를 통해 신속하게 반응하지만 금방 사라지는 ‘선천 면역’과, 특정 대상을 기억해 장기적으로 보호하는 ‘후천 면역’을 하나로 연결하여 강력하고 지속적인 방어막을 형성합니다.
일반적으로 며칠 내에 사라지는 선천 면역을 유지하기 위해 연구팀은 폐로 소집된 T 세포가 선천 면역 세포들을 계속 활성화 상태로 두도록 설계했습니다. 실험 결과, 이 활성화된 면역 상태는 생쥐 모델에서 최대 3개월 동안 유지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이는 폐 면역 시스템이 매우 기민하게 반응할 준비를 갖추게 함을 의미합니다.
바이러스부터 박테리아까지 입증된 방어 효과
현재 ‘GLA-3M-052-LS+OVA’로 명명된 이 비강 백신은 실험용 쥐에게 코를 통해 투여되었습니다. 백신을 3회 접종한 쥐들은 SARS-CoV-2를 포함한 다양한 코로나바이러스 노출 시 폐 내 바이러스 수치가 700배나 감소했으며, 심각한 체중 감소나 사망 없이 모두 생존하는 놀라운 결과를 보였습니다.
또한 연구팀은 이 백신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황색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과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 같은 병원 내 주요 감염 세균에 대해서도 약 3개월간 보호 효과를 제공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는 호흡기로 침입하는 다양한 유형의 위협을 단일 백신으로 차단할 수 있음을 입증한 것입니다.

알레르기 억제 효과 및 향후 상용화 전망
연구팀은 호흡기 질환의 또 다른 축인 알레르기에 대해서도 실험을 진행했습니다. 집먼지진드기 단백질에 노출된 비접종 쥐들은 기도에 점액이 쌓이고 강한 알레르기 반응(Th2 반응)을 보였으나, 백신을 접종한 쥐들은 기도가 깨끗하게 유지되며 반응이 현저히 약화되었습니다. 이는 폐의 면역 환경 자체가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과도하게 반응하지 않도록 재조정되었음을 보여줍니다.
연구의 제1저자인 장하이보(Haibo Zhang) 박사와 연구팀은 향후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 1상 안전성 시험을 준비 중입니다. 발리 풀렌드란 교수는 자금 지원이 원활할 경우 5~7년 내에 상용화가 가능할 것으로 보며, 가을철 코 스프레이 한 번으로 겨울철 호흡기 질환과 봄철 알레르기를 동시에 해결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이 범용 백신이 상용화되면 계절별 예방접종 절차를 획기적으로 간소화하고 미래의 새로운 팬데믹 상황에서도 신속한 방어 수단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