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구진이 밝혀낸 암 전이의 비밀: 스트레스 호르몬이 어떻게 암세포의 면역 회피를 돕는가?

미국 모핏 암센터(Moffitt Cancer Center)의 패트릭 후(Patrick Hwu) 회장은 암세포가 새로운 장기로 전이되는 초기 단계에서 면역 체계를 피하는 구체적인 기전을 제시했습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한국의 암 치료 현장에서도 전이 억제를 위한 새로운 약물 병용 전략을 수립하는 데 중요한 참고 지표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전이 초기 단계의 스트레스 호르몬 신호와 면역 회피
네이처 포트폴리오(Nature Portfolio)에 게재된 최신 연구에 따르면, 전이성 암세포는 스트레스 호르몬 신호를 이용해 면역 체계의 파괴로부터 살아남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구팀은 당질코르티코이드 수용체(Glucocorticoid Receptor, GR)의 활성화가 암세포가 다른 장기로 퍼져나가는 전이의 가장 초기 단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이 수용체가 활성화되면 암세포는 면역 체계의 주축인 T세포와 자연살해(NK) 세포의 공격을 견뎌낼 수 있는 저항력을 갖게 됩니다. 이는 암이 전신으로 확산되기 위해 면역 감시망을 뚫고 지나가는 정교한 생존 전략임을 시사합니다.
FAS-FASL 경로 억제를 통한 암세포 생존 기전
연구의 핵심 발견 중 하나는 GR 신호 전달이 ‘FAS–FASL 경로’를 억제한다는 사실입니다. FAS–FASL 경로는 면역 세포가 암세포의 사멸을 유도하기 위해 사용하는 가장 대표적인 메커니즘 중 하나입니다.
스트레스 호르몬 신호가 이 경로를 차단함으로써 면역 세포가 암세포를 제거하라는 명령을 내려도 암세포가 반응하지 않고 생존하게 됩니다. 결과적으로 암세포는 면역 공격을 무력화하며 새로운 장기에 성공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게 됩니다.

면역 항암제와의 병용 요법을 통한 전이 억제 가능성
연구팀은 생체 내(In vivo) 실험을 통해 GR 신호를 차단하고 이를 기존의 면역 항암 요법(Immunotherapy)과 결합했을 때의 효과를 측정했습니다. 그 결과, 전이성 종양의 크기가 눈에 띄게 감소하고 실험 대상의 생존율이 향상되는 결과를 얻었습니다.
패트릭 후 박사는 암의 면역 회피가 전이의 매우 초기 단계부터 시작된다고 강조하며, 전이성 ‘씨앗’이 새로운 종양으로 자리 잡기 전에 스트레스 호르몬 신호를 표적으로 삼는 치료가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습니다. 이는 암 치료의 패러다임을 전이 억제 초기 단계로 확장하는 중요한 근거가 됩니다.
스트레스 호르몬을 조절하여 암세포의 전이를 막는 이번 연구는 면역 항암제 치료의 효능을 높이는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기대됩니다. 암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 전이 초기 단계의 기전을 공략하는 정밀 의료의 발전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